1-9. 그대는 왜 종을 울리나?

2023. 7. 15. 19:191-1 이것이 필리핀이다.

주점에서 손님들이 술잔이나 컵을 두드리는 이유는?

필리핀에 도착한지 얼마지 않아 어느 현지 야외 식당에서 직원들과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한참 저녁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갑자기 건너편 테이블에 식사하던 현지인 몇 명이 의견 충돌이 있었던지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낯선 땅에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 유심히 지켜 보았다.

그런데 점점 더 분위기는 살벌해져 가더니 급기야 고성이 오가고 두 명이 각각 일어 서더니 싸움이 벌어질 판이었다. 식사를 하고 있던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들에게 시선이 일제히 집중 되는가 싶더니 상황이 심각한 것을 감지한 손님들이 갑자기 자기들 앞에 있는 물 컵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서 도미노 현상처럼 모두가 자기 앞에 놓인 잔들을 두드리며 서서히 우~ 하고 함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싸움을 부추기는 줄 알고 어떻게 되나 하고 싸움의 당사자들을 지켜 보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자기들에게로 쏠리는 것을 눈치챘는지 살기 등등 하던 두 사람은 그제서야 살며시 자리에 앉고 만다. 그리고는 험악했던 분위기는 금새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참으로 희한한 광경을 목격 했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선 그런 분위기였다면 더욱 기고 만장 하여 한판 싸움이 벌어졌을 뻔 한데 이곳에선 많은 사람들의 시선 앞에 자기들의 악한 감정을 금새 내려 놓고 전체의 분위기를 해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현지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보는 대목 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싸움을 말리는 평화로운 해결책 앞에 참으로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역시나 380년의 외세 식민지 역사 속에서도 이웃나라를 단 한번도 침략한 역사가 없는 그야말로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 민족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지켜 보면서 참으로 성숙한 민족 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1-9. 그대는 왜 종을 울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