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칭찬 받는 미국 사모, 욕 먹는 한국 사모
2023. 7. 12. 22:28ㆍ1-1 이것이 필리핀이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삶 가운데 가장 가까이 하는 현지인들이 바로 자동차 기사(Driver)와 가정부(아떼, Helper)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집안에서 하루 일과를 고스란히 함께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가정부다. 현지 말로 “아테” (Ate, 누나) 라고 한다. 특별히 자녀를 돌보는 데서부터 세탁, 집안 청소, 음식 요리까지 가사를 도와 주는 도우미 덕분에 필리핀에 사는 가정주부들은 가히 한국에 비해 불편함을 덜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정작 정이 많은 한국인 주부들이 오히려 현지 문화를 잘 못 이해 하는 바람에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 해주고도 얼마나 분통 터질 일인가?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가정부의 돕는 손길 이면에 웃지 못할 우리들 만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숨쉬고 있다.
예를 들어 현지지사에 파견된 대기업의 직원 가정의 경우 보통 2~4년을 주기로 한국을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집안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버릴 건 버리고 매각 할 것은 매각 하는 게 보통이다. 이럴 때 미국 가정의 경우는 중고 상(Second Hand Buyer)을 불러서 가격을 매각 품목별로 각각 매겨서 가격을 산정하고 자유롭게 매각한다. 이것을 홈 가라지 세일(Home Garage Sale)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이 때 미국 주부는 오랫동안 수고한 가정부에게 살림도구 하나라도 주고 싶어서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해당되는 아이템에 붙어 있는 가격에서 약 절반 가격(50% 할인)으로 가정부에게 판매를 한다. 그럼 가정부는 약 반 값에 사게 되어 주인의 친절함에 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주인을 만났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 가정주부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정이 많은 한반도의 아낙네들이라 보리 고개와 풀 뿌리로 연명하던 그 배고픔을 알지 않던가? 그래서 옛날 어릴 적 보릿고개 그 시절이 생각나서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이나 갖고 싶은 것을 공짜로 주려고 가정부에게 갖고 싶은 것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처음에는 값싼 물건 하나를 달라고 한다.
그러다가 이것이 공짜임을 아는 순간 점점 이것도 달라, 저것도 달라 하는 통에 화가 난 한국 여 주인은 분통을 터뜨리고 만다. 그래도 마음이 개운치 않아 몇 개를 더 공짜로 집어주게 된다. 팔아 보았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기에 그냥 주어 버리는 것이다. 몇 일이 지나자 남겨진 물건 몇 개에 가정부의 눈길이 또 간다. 급기야 또 하나만 더 달라고 보챈다. 마음씨 착한 한국 주부들은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대부분 다 주게 된다.
그러나 정작 현지인 가정부는 자기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집에서 쓰던 중고 제품들 다른 사람에게 어차피 공짜로 다 줄 거면서 화끈하게 자기에게 다 주지 남에게 준다고 투덜댄다. 급기야는 한국인 안주인이 나쁜 주인이 되고 만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오히려 외국인 가정주부는 중고제품에다 반 값이라도 받았건만 정작 공짜로 거의 많은 제품들을 주고도 욕을 먹는 한국인 주부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아연실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현지에 오래 살아온 한인들은 무엇이든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래야만 감사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필리핀 사람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식당이나 골프장에서 상상 이외로 팁을 많이 주는 한국인들에게 감사 하기는커녕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오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랑스런 대한의 사모님 들이여, 선물 주고도 욕 먹는 일은 되풀이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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